수영장은 복지시설이다
수영장은 복지시설이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9.09.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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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먹어도 소화가 된다는 10대를 지나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는 행복하기 그지  없던 20대가 지나가고 나면 도시에 사는 사람의 몸은 이제 운동을 해야 간신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모양이다.

30대에는 운동을 하면 몸이 더 건강해 짐을 느꼈었는데, 40대인 지금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야말로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40대에도 이러니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50대, 60대, 70대가 되면 더더욱 운동이 절실해지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내가 하는 운동은 수영이다. 근처 시립운동장에 큰 부설 수영장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그 수영장의 강습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수업은 단연 ‘아쿠아로빅’이다.

아쿠아로빅은 물이란 뜻의 아쿠아와 에어로빅이 합쳐진 말로, 한마디로 물속에서 춤을 추는 운동이다.

물의 저항력이 공기보다 커서 움직임에 의한 칼로리 소비는 높으면서도, 부력으로 인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특히 노년층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60~80대다. 얼마나 수업이 인기가 많은지 아이돌 콘서트도 아닌데 매달 온라인 접수를 시작하면 백 명이 넘는 수강인원이 순식간에 마감이 되어 버린다.

현장접수를 하기 위해 할머니들이 새벽 2시부터 줄을 섰다가 5시에 문 열어달라고 소란을 피웠다는 이야기도 들려올 정도다. 

 

내가 듣는 수업 다음 시간이 마침 아쿠아로빅이어서 강습이 끝나고 샤워장으로 가는 길에 허리가 구부정하고 체형이 불규칙한 할머니들이 수영장으로 어기적어기적, 줄지어 몰려나오는 광경을 마주하곤 한다.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서 음악에 맞추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한 시간 남짓의 운동이지만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분명 이분들에겐 아쿠아로빅이 건강을 유지하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60세가 넘으면 강습료도 50%할인이 되니 2~3만원 남짓한 돈이면 한 달 동안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수영은 이렇게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모든 연령층과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일 년 내내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운동이다.

겨우 걸어만 다닐 수 있는 노년층이 사시사철 할 수 있는 운동이 수영 말고 대체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사는 곳 가까이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어서 사는 동안 최대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라야말로 국민을 위한 복지를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체육시설 중에서도 수영장이 턱 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및 이용활성화’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말 경기도를 기준으로 수영장은 도 전체로도 개소당 평균 이용인구가 13만1천명으로 조사돼 해외 적정 서비스인구 기준 1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지속적 공급이 필요한 시설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냥 인구가 아니라 이용인구를 기준으로 한 통계이니 해외에서는 만명이 이용하는 수영장 시설을 우리나라에선 자그마치 13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이후 초등학생들에게 생존수영수업을 의무화했으면서도 학교에 수영장을 지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다.

일본 초등학교는 수영장을 갖춘 학교가 90%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자체의 공공수영장은 적정인원의 13배의 이용인구가 몰려서 사용하고 있고 학교에는 수영장이 없는데, 무슨 수로 생존수영을 배우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땅이 없어 고민이라면 학교 부지를 이용해서 수영장을 만들어 학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면 국민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수영장이라는 시설이 다른 용도에 비해서는 평당 공사비가 많이 들다보니 당장은 큰돈이 드는 사업인 것 같지만, 사실 체육시설이야말로 아픈 다음에 고쳐주는 병원보다는 세금을 훨씬 덜 쓰면서도 삶의 질은 높여 주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수영장에 처음 왔던 날, 수영 끝나고 홀에 나갔을 때 보았던 충격적인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재래시장 통에서 마주쳤을 법한 촌스러운 차림의 할머니들이 주루룩 앉아 있는 모습. 수영이 얼마나 대중적인 스포츠인지를 내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귀중한 시설이 이번 달부터 장장 10개월 동안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대체할 시설도 없이 이 큰 수영장이 10개월이나 운동을 못하게 문을 닫는다니 이건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안양시에 민원을 넣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 할머니들이 모두 10개월 후에도 건강하게 수영장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까. 

공사기간동안 안양시민들은 수영난민이 되었다.

@ 전보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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