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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3월28일 00시0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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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 문학동네 / 2016 > 892.96 흐292ㄴ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 책들이 죽어 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책은 내게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주었다.” (p.85)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인 ‘한탸’는 35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 왔다.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낡은 압축기를 다루며 폐지를 압축하는 것이 그의 일이며 그 폐지 더미 속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며 살아간다. 인류의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그러나 곧 쓰레기가 될 운명에 놓인 책들에 빠져 살아가는 한탸.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p.106)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130여 페이지의 짧은 소설이다. 하지만 분량과 관계없이, 작품의 내용과 의미는 가볍지 않다. 끊임없는 노동으로 삶을 채워가는 인간과 그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으로 변해가는 삶의 방식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에 한탸는 끝내 자신의 세계에 종말을 맞이하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고 선언한 작가의 말대로 많은 독자와 비평가의 주목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p.85-86)

 ?  보후밀 흐라발(Bohumil Hrabal). 1914년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마흔 아홉 살이 되던 해, 뒤늦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1963년 첫 소설집 『바닥의 작은 진주』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 이듬 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프라하의 봄’ 이후 1989년까지 정부의 검열과 감시로 자신의 많은 작품이 20여년간 출판이 금지 되었음에도 조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해외 언론과 작가들로부터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 불리며 지하 출판을 통한 작품 활동으로 사회낙오자, 주정뱅이, 가난한 예술가 등 주변부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체코의 국민작가로 각광받았다.

@ 벌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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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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