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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4월20일 00시0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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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우리 아이, 한글공부 어떻게 시킬까?"
파파고시대, 우리 자녀의 어학교육 "우리 아이, 한글공부 어떻게 시킬까?"

국어능력은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문식성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말한다. 미국은 1992년에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식성 수준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문식성 수준이 가장 낮은 1단계가 21~23%, 그 다음 낮은 2단계가 25~28%를 차지해 문식성 주순이 낮은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약 50%를 차지했다. (참고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설명서를 보고 이해하지 못해서 젊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정도가 문식성 2단계 수준이라고 한다. )

그 후 2002년 추적 연구 통해 당시 문식성 수준이 1단계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수입이 당시 문식성 수준이 가장 높았던 5단계 사람들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1992년 조사 당시, 문제성 수준이 낮은 1~2단계 사람들은 자신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어 능력이 인생의 질적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음부터 잘 읽는 뇌는 없다 ?고영성 진화심리학자계의 거장 스티븐 핑커는 “소리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 상태이지만, 문자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액세사리다”라고 말했다. 인류는 아주 긴 세월 동안 구전문화 속에서 그 역사를 유지해 왔고 기록문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인간의 유전자에는 기본적으로 문자해독기능에 대한 정보가 새겨져 있지 않다.

문자를 읽어 그 뜻을 이해하는 독서는 뇌가 시각과 청각, 언어와 개념 영역을 기억과 감정의 부분들과 연결하고 통합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인간에게는 아주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다. 따라서 독서는 따로 교육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하는 경우가 드물다. 유창하게 읽고 독서가 습관이 되려면 반드시 인위적이고 누적적인 반복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2쪽) 이렇게 국어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과목이다.

한글 공부의 목표 현재 초등학교의 학년별 국어학습 내용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1~2학년 기초 문식성, 초등학교 3~4학년 분석을 통해 추론하는 분석적 문식성, 초등 5~6학년 근거의 적절성을 찾아내는 비판적 문식성이라고 나와 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만 5세 이전: 말소리의 즐거움 만끽하기 만 5세 (7세): 문자언어의 필요성 알아차리기 초등1~2학년: “한글”이라는 도구에 익숙해지기 초등 3~4학년: 읽기의 수준 향상을 위한 읽기 훈련 초등 5~6학년: 기초 쓰기를 겸한 읽기 훈련

이런 체계적이고 장기적이고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만이 아이들은 문식성 수준의 제고를 가져올 수 있다. 더 나아가 평생의 독서습관을 획득하고 소통에 문화적 맥락을 제공하는 배경지식을 두루 갖추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사고능력을 향상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어휘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럼 아래에 한글 학습 시스템을 하나씩 살펴 보기로 하자.

글자, 언제 배워야 효과적일까? 영국의 독서학자 우샤고스와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5~6세에 읽기를 시작한 아동이 7세에 시작한 아동보다 읽기 성취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조기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의 저학년 학습부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 그럴까?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인간이 태어나서 만 2세까지는 감각운동지능이 발달한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오감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그러다가 만 2세 이후부터 개념적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데 피아제는 이를 만 2~7세까지의 전조작기, 만 7~11세까지의 구체적 조작기, 만 11세 이후의 형식적 조작기로 나눈다. 전조작기는 물리적 현실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구체적 조작기는 정신적 조작이 가능하여 실제로 일어난 일을 머리 속에서 돌려볼 수 있다. 형식적 조작기에 들어서면 사람은 추상적이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장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언어습득의 과정에 대입해보면 만 7세 이전의 유아들은 아직 문자라는 부호체계를 이해하고 조작할만한 뇌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로도 밝혀진 것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책에 보면 “독서는 뇌의 시가가 청각, 특히 언어와 개념 영역을 기억과 감정의 부분들과 연결하고 통합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통합을 위해서는 뇌의 각 영역들이 잘 연결되고 빠르게 통합되어야 한다. 연결된 뉴런은 전기적 신호를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이때 전기 신호가 너무 느리면 통합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다. 문제는 각 영역들의 성숙도의 생물학적 시간표가 달라서 독서를 위한 통합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섬유는 미엘린이라는 지방 성분에 둘러싸여 있는데, 미엘린은 전기적 신호가 신경섬유를 따라 빠르게 전달되도록 한다. 일종의 구리선 같은 성능 좋은 전도성 물질이다. 그런데 이 미엘린의 성숙 즉 미엘린화는 뇌의 각 영역마다 서로 다른 발달 스케줄에 따라 진행된다. 청각 신경은 임신 6개월째에 미엘린화된다. 그래서 인간이 처음 듣는 소리는 출렁이는 양수 소리이다. 6개월 된 태아는 태반의 소리, 장이 꾸르륵대는 소리, 엄마의 피가 자궁을 돌아 흐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무엇보다 엄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태교가 왜 의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른 감각들은 임신 6개월 때 미엘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신경은 생후 6개월이 되어야 하고 여타 감각 및 운동 부위가 미엘린화 되려면 5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신경학자 노먼 게슈윈드에 의하면 독서라는 뇌의 통합작용에 필요한 주요 뇌 부위들은 7세가 지나야 미엘린화가 된다고 한다. “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2-43쪽) 이 말은 우리 뇌는 7세가 되어야 비로서 철자와 문법을 익힐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춘다는 얘기다. 7세 이후 글자를 받아 들일 준비가 된 아이들은 더 빨리, 더 즐겁게 글을 배워 낼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핀란드를 비롯해 독일, 영국, 이스라엘 등 많은 선진국들은 취학 전 아이들의 문자 교육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8세 이전에 문자교육을 시키는 것은 논에 벼를 심어 놓고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조급함 때문에 벼 모종을 위로 잡아당겨 올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벼를 잡아당겨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에는 좀 자란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땅속에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지 못하여 비실비실하게 자라거나 아예 말라버리겠죠. 이를 가리켜 拔苗助長(모종을 잡아당겨 그 성장을 돕는다)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주변에서 글자를 술술 읽는 네다섯 살의 유아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글자를 서로 다른 소리를 나타내는 부호(상징체계)로 인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글자는 그림일 뿐이다. 많은 학습지 업체들은 바로 유아들이 글자를 그림으로 인지한다는 점에 착안해 통글자 한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주 낮은 연령의 유아들도 고객으로 영입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글은 자음, 모음, 받침이라는 소리로 조합되는 부호체계로 절대 한자와 같은 통글자가 아니다. 한글의 제자원리가 배제된 통글자 교육은 오히려 필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한글을 습득하는데 저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통글자로 배운 아이들 중에는 “아이”는 읽을 줄 아는데 “아버지”는 배우지 않아서 읽을 줄 모른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원래 “아이”는 “아”자와 “이”자가 합해진 소리이고 “아버지”는 “아”자, “버”자, “지”자가 합해진 소리이다. “아이”의 “아”자가 “아버지”의 “아”자와 같은 소리이며 같은 글자로 표현된다. 통글자 교육을 받은 아이는 이 원리를 이해하기 훨씬 힘들어 한다.

0~6세, 말소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글자 공부를 너무 일찍 시작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서 전조작기에 해당하는2~6세는 감각적 자극을 통해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읽기 교육보다는 체육, 음악, 미술, 요리 등 다양한 자극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을 만든 슈타이너는 “유아기에 글자와 같은 인지적인 학습을 강요하면 아이의 신체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0~7세 아이들을 위해 뇌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최고의 조기교육 역시 부모와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는 체험적인 환경이다. 취학 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불안감과 조급증을 조장하는 사교육업체의 상술에 휘둘리지 말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마음껏 뛰어 놀면서 상상력을 펼치고 황당하고 엉뚱한 생각마저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출처: ebs “한글교육 집중취재”)

그렇다면 취학 전 시기의 국어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 서유헌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유아 시기에는 언어의 뇌의 회로가 엉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생활 속에서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학습지처럼 특정한 시간을 내서 한글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말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언어놀이는 “끝말잇기”이다. 같은 맥락에서 “x자”로 시작하는 말, “x자로 끝나는 말”놀이도 아이의 어휘를 확장시켜주는 데 좋다. “단어 거꾸로 말하기”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놀이다. 아이의 수준에 맞춰 2글자 단어부터 서서히 글자수를 늘려가면 된다. 이런 놀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초등학교 3~4학년까지 꾸준히 할 수 있다. 또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 의미 없이 죽이는 순간들의 지루함을 달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내 자녀의 언어발달에 조금 욕심을 내는 부모라면 “손유희”를 적극 추천한다. 손유희는 말소리와 함께 손과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에게 좋다. 아이들에게 손유희를 가르치려면 교사는 따로 시간을 내서 자료를 찾고 연습도 해야 한다. 이것은 귀찮은 일이다. 따라서 유치원에서 손유희를 많이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좋은 선생님이다. 내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서라면 선생님에게 “손유희를 많이 가르쳐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보자! 손유희 외에 동요, 동시도 좋은 아이템이다.

다음으로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잠자기 전 5분 리딩 타임”이다. 왜 굳이 잠자기 전인가? 연구에 의하면 독서는 최고의 휴식으로 하루 6분 독서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의 68%를 감소시킨다. 이는 음악 감상, 차 마시기, 걷기보다도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 근육이 이완되고 심장 박동수가 안정적으로 변하며 잠 들기 최적이 상태에 들어선다고 한다. 포근한 이부자리에서 부모의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은 아이들은 독서에 대해 분명 좋은 감정과 기억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 아이들은 독서를 부모의 사랑과 연상시키며 독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PRESCHOOL, 문자언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다 미국이나 중국의 학제를 보면 미국은 PRESCHOOL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은 학전반 (배움을 시작하기 전 단계)라는 이름으로 7세를 별도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사실 필자도 우리 나라 유아교육과정이 크게 0-4세, 5~6세, 7세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7세를 6세의 연장으로 보지 않고 주된 과업이 놀이에서 학습으로 이행하는 과도기로 보고 향후 학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들을 시킨다. 특히 언어학습에 있어서 본격적인 문자 교육은 시키고 있지 않지만 문자언어에 대해 소개하고 알파벳의 소리를 익히는 등 기초문식성의 토대를 닦는다.

필요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다. 사람은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 됐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문자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느낀다면 부모가 따로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한글 공부를 할 것이다. 부모는 한글을 깨치라고 아이의 품에 학습지를 안겨주기 전에 한글의 필요성부터 일깨워주자.

한글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방법은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여기서는 필자가 사용했던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XX(유치원 친구 이름)이는 아직 안 왔네”. 보통 유치원 현관에는 신발장이 놓여 있고 신발장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붙어있다. 매일 아이를 데려다 줄 때마다 아직 등원하지 않아 신발이 비어있는 친구의 이름표를 보고 이름을 불러 주며 “XX(유치원 친구 이름)이는 아직 안 왔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것이다.

다음은 “XX이라고 적혀 있네. 뭐 하는 곳일까?”. 간판은 아이에게 문자의 필요성을 알려 주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아이와 길을 갈 때, 눈에 보이는 간판을 읽어 준다. “XX이라고 적혀 있네.” 그리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추측을 해본다. 읽어 보면 금새 그 쓰임새를 알 수 있는 간판이 있는가 하면 간판만 읽고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간판들도 있다.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이와 간판읽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건물 벽에 “뽕잎 샤브샤브”라고 적혀 있다고 치자. 아이에게 “<뽕잎 샤브샤브>라고 적혀있네. 저기는 뭐 하는 곳일까?”라고 물어본다. 그 곳에 가본 적이 있는 아이는 자기는 거기 가본 적이 있다면 으쓱해서 밥 먹는 곳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엄마는 “딩동댕! 맞았어, <뽕잎 샤브샤브>는 밥 먹는 곳이야. 밥 먹는 곳은 식당이라고도 해”라고 설명해주거나 밥 먹는 곳의 또 다른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있다.

초등 1~2학년: 도구로서의 한글 익히기 그리고 읽기 유창성 확보하기 라힐 브릭스 소아건강의학센터장은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우선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해독능력이 부족하면 독서는 습관화 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출처: 티타임즈 “책 한 권 읽으면 선물~ 바람직할까?” 중에서) 영어 공부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우리는 그 단어의 스펠링을 쪼개면서 어떻게 읽는지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떻게 읽어내는지를 알고 나서야 단어의 뜻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마지막에 그 단어가 속해 있는 문장을 전체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문자를 읽어 내기 위해 작업기억이 애쓰는 동안, 단어나 문장을 깊게 분석하는 데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못이지 못한 것이다.

한글 습득 초기,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초보 독서가인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뇌를 촬영해 보았더니 뇌가 활성화되는 정도도 높고 활성화 영역도 넓게 나왔다. 아이들은 문자와 단어를 식별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뇌의 많은 영역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글을 이해하는 뇌의 경로도 매우 느리고 효율이 떨어지는 배측 경로를 사용했다. 이는 단어 안에 들어 있는 음소들을 조합하고, 단어에 연계되어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전부 검색하느라 시간을 소모했다는 말이다.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7-58쪽)

글자를 읽어 내느라 아이들은 미처 글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읽는 글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문자를 속도감 있게 읽어내는 유창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초등 1~2학년의 읽기는 내용 파악보다는 유창성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읽기의 유창성에 대한 훈련은 문자 습득부터 시작한다. 한글의 경우, 자음-모음-받침의 순서로 문자를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음을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을 한글의 세계로 초대할 수 있는데 다행히 서점에는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아이들을 한글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 한글 ㄱㄴㄷ> 손으로 몸으로 ㄱㄴㄷ  문학동네 표정으로 배우는 ㄱㄴㄷ  소금과후추(킨더랜드) 기차 ㄱㄴㄷ   비룡소 요리요리 ㄱㄴㄷ   책읽는곰 고슴도치 ㄱㄴㄷ   여우고개 동물친구 ㄱㄴㄷ   웅진주니어 똥이랑 ㄱㄴㄷ   개똥이책 개구쟁이 ㄱㄴㄷ   사계절 움직이는 ㄱㄴㄷ   길벗어린이 행복한 ㄱㄴㄷ   웅진주니어 맛있는 ㄱㄴㄷ   길벗어린이 숨바꼭질 ㄱㄴㄷ   현북스 생각하는 ㄱㄴㄷ   논장 훈민정음 ㄱㄴㄷ   웃는돌고래

자음을 가르칠 때는 “ㄱ, ㄱ, 기역”처럼 자음자의 이름과 소리를 함께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자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이번에는 자음에 모음 짝꿍을 찾아 주는 것으로 모음을 가르쳐보자. 이때 받침이 없는 사물의 이름을 듣고 쓰는 놀이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이제 문자습득의 마지막 단계인 받침만 남았다. 받침은 “소리 나는 의자놀이”로 접근해볼 수 있다. “소리 나는 의자놀이”란 받침을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의자로 보고 각 의자의 소리를 미리 알려준다. 다음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글자를 의자 위에 앉혀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맞춰보는 놀이이다. 예컨대 “가”자를 “ㄱ”의자에 앉혔더니 “각” 소리가 나고 “ㄴ”의자는 “간”, “ㄷ”의자는 “갇”, “ㄹ”의자는 “갈”, “ㅁ”의자는 “감”, “ㅂ”의자는 “갑”, “ㅅ”의자는 “갓”, “ㅈ”의자는 “갖”, “ㅎ”의자는 “갛” 소리가 나는 식이다. 아이들은 받침의 서로 다른 소리에 배꼽을 잡는다.

아이가 받침까지 습득했다면 이제 낱말카드로 단어 수준의 읽기 훈련을 시작한다. 이때 “리스트 작성하기”놀이를 동시에 진행해주면 좋다. “리스트 작성하기”는 엄마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보기 목록이라든가, 오늘 해야 할 일 목록 등을 단어 수준에서 아이에게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때 엄마는 약간의 연기가 필요하다. 너무 바쁜 나머지 목록을 작성할 시간이 없어 아이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는 느낌을 아이에게 줘야 한다.

단어 수준의 읽기 훈련 다음으로 문장 읽기를 시도한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문장은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이 시기의 읽기 교재로 아주 적합한 것이 총 5권으로 구성된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이다. 필자의 강추 아이템이다. 예전에 엄마가 읽어 주었던 한글 ㄱㄴㄷ 시리즈를 아이 스스로 읽게 해도 좋다. 아이는 이제 한 페이지에 한 문장 정도가 나와있는 그림책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읽어낸다. 이쯤 되면 문장부호, 띄어쓰기, 맞춤법을 공부할 시기가 왔다는 신호이다. 문장부호, 띄어쓰기, 맞춤법은 아이세움에서 나온 “미리 보고 개념 잡는 초등 띄어쓰기와 받아쓰기”, “미리 보고 개념 잡는 초등 맞춤법”을 차례로 추천한다. 이런 책들은 하루 1페이지 대신 매일 꾸준히 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집에서 매일 그림책 1권씩 읽히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함) 아니면 매일 학교 도서관을 학원(약간의 강제성 필요)처럼 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습관을 들이는 첫 걸음이다.

초등3~4학년:  IN PUT 읽기 수준의 향상을 위한 읽기 훈련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마틴 발저) 독서는 뇌를 바꾸며 서로 다른 뇌는 다른 정신작용과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4-56쪽) 신경과학자 후미코 훼프드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어린 아이일수록 독서를 할 때 신경연결통로가 더 빠르게 발달한다. 어린 시절 독서량의 차이는 성장한 후 읽기 능력의 차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말하기, 듣기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출처: 티타임즈 “책 한 권 읽으면 선물~ 바람직할까?” 중에서)

실제로 포로투칼 학자들이 문맹인 사람과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 문맹인 사람들은 단어가 음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음성들을 쪼개어 재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birth”를 “b”를 빼고 발음해 보라고 하면 발음을 제대로 못했다. 또한 의미 없는 단어인 “benth”같은 단어를 말하면서 따라 해 보라고 하면 다른 유사하게 생긴 의미 있는 단어 “birth”로 변형시키려고 했다. 그들의 뇌를 스캔해 보았더니 문맹인 사람들은 과제를 전두엽 영역에서 처리했지만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측두엽 영역에서 처리했다. 쉽게 표현하자면 문맹인 사람은 문제 해결에 CEO가 나서 반면,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비서 차원에서 처리한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실행한 대규모 실험에서도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거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 인식과 자아 인식마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6-57쪽)

아이의 뇌는 약 2년간의 읽기 유창성 훈련을 통해 문자를 해독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잘 구축한 상태다. 문자습득 초기 문자의 일차적인 이해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것과 달리 읽기에 숙련된 뇌는 글을 순식간에 읽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은유, 추론, 유추, 감정, 기억, 경험적 배경을 통합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의미 해석을 위해 활용한다. 이제 이러한 깊이 있는 독서는 아이의 지적 능력을 한껏 성장시킬 것이다. (출처: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마트북스, 58쪽) 초등 3~4학년 시기는 본격적인 다독과 독서의 습관화 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은 큰 글 동화를 읽을 수 있다. 처음 큰 글 동화를 접하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자면 창비의 첫 읽기책 시리즈가 좋다.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 목기린 씨, 타세요! 큰일 한 생쥐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내 모자야 내가 제일이다 시골 쥐의 서울 구경 벼알 삼 형제 콩 눈은 왜 생겼나 밤 한 톨이 땍때굴 (동시집) 그 외에 “행복한 늑대”, “화요일의 두꺼비”, “책 먹는 여우” 등도 있다.

처음 큰 글 동화를 읽기 시작할 때는 하루에 몽땅 읽히려는 욕심을 버리고 하루에 읽을 페이지수를 정해서 여러 날에 나누어 읽도록 한다. 두껍고 읽기 힘든 책은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로는 부모님과 함께 틀린 부분을 뺏어 읽기, 밤에 손전등을 켜놓고 읽기 등 재미있는 경험을 해준다면 아이는 부모와 공범의식을 느끼며 책 읽기를 더욱 즐거워할 것이다.

가끔은 아이에게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설명해 달라거나 가르쳐달라고 요청 해보자.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는 그룹의 성적이 시험치기 위해 책을 읽은 그룹보다 성적이 더 우수했다.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은 학생들로 하여금 책의 중요한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재 조합하게 만들었고 더 잘 기억하게 했다. (출처: 티타임즈 “시험치기 위한 독서VS 가르치기 위한 독서”중에서)

또한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한 권을 선택해서 “슬로우 리딩”을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우리 말의 특성상 한자어가 어휘의 약 60%를 차지하므로 어휘의 확장과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한자어의 학습이 필수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한자어를 찾아 그 정확한 뜻을 파악하고 한자어 외의 어려운 단어를 2~3개를 선택해 사전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창의력을 높이고 싶다면 아이에게 시를 읽혀라. 시는 가장 강렬한 언어의 예술이 펼쳐지는 곳으로 은유와 상징이 곳곳에 넘쳐난다.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은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이는 창의력의 본질은 “낯설게 보기”와 일맥상통하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합당한 수준의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 “다섯손가락 선택법”을 사용해보라. “다섯손가락 선택법”이란 구입하고자 하는 책의 한 페이지를 선택해 아이에게 읽혀 본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면 그 책은 아이의 수준에 적합한 책이다. 3개 이하면 너무 쉬워서 시시해 하며 6개 이상이면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 재미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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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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